본문 바로가기

Financial Tech.

집(주택), 돈(소득), 빚(부채), 규범(Norms), 그리고 규제(정책)

일단 맥주 두 캔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주말 저녁에 내가 누리는 호사다.

맥주도 두 어잔 마셨겠다. 잉여를 남겨보자.

 
요즘 부동산 시장이 뜨겁다. 분양만 하면 수십대일의 경쟁률에 완판! 프리미엄(피)는 수천만원에서 억단위를 넘나든다.

가장 많이 회자 되는 이론은 수요와 공급이다. 인구절벽... 맞지만 아주 멀고도 먼 이야기, 당장 주택시장에 절대적인 영향력은 살만한 집의 공급과, 분가/멸실 등으로 생긴 수요이다. 충분히 동의한다.

고전 경제학에 검증된 수요와 공급 이론을 부정할 생각이 없다. ㅎㅎㅎ 게다가 부동산이 앞으로 오를지말지. 그래서 사야할지 말아야할지. 이런 점쟁이 얘기를 적으려는 건 아니다. 이미 그런 글들이야 넘치기도 내가 맞출 재간도 없다.

술도 한 잔 마신 겸, 내 생각을 정리해 볼까 한다. (쓸데없는 오해를 피해기 위해 먼저 난 현재 서울의 분양권 보유자임을 밝힌다.)


먼저 집! 이란 소비재이면서도 투자재('부동산은 끝났다-김수현 저')라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그래서 비싸던 싸던 자기가 살만 한 집 한 채 사는 건 꼭 필요하다는 말이 잘못됬다고 주장('뉴스테이시대 사야할 집 팔아야할 집-채상욱')에 깊이 공감한다. 가뜩이나 가구소득을 오로지 집을 사고 부채를 갚아나가는데 몰빵하는 우리나라 가구의 행태상 딱 한 번의 주택 구입도 당신의 인생을 결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그래 집! 소유하면 좋다. 아니 정확히는 주거 안정성을 확보하면 좋다. 뭐 당연하니 생략! 다만 장기 임대 및 소유의 경우, 내가 원하는 나의 삶 행태 및 양식 맞춰 집을 바꿀 수 있다. 내가 집에 맞추지 않고 집을 나의 삶에 맞춘다는 것은 엄청난 차이이다. 
사실 전세나 월세집 구하기 조차 힘든 현실에서 집 소유의 이점을 이야기 하는게 참...

문제는 너무 비싸다. 또는 비싸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비싸다고 생각한다. 단, 살만한 집 또는 살고 싶은 집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소득에 비해서 비싸다. 음... 한전부지로 대중의 비난을 엄청나게 받은 현대차, 한전부지를 10조5500억원에 샀다. 그런데 현대차는 한 해에 6조 이상 번다. 심지어 9조 가까이 벌때도 있었다. 그깟 한전부지에 쓴 돈은 1~2년이면 다 번다.ㅎㅎㅎ... 자 다시 돌아보자. 당신이 사려는 집, 그리고 당신의 소득을 비춰볼 때 현대차를 비난할 만한가? (현대차를 옹호할 생각이 아니라, 기업에 들이대는 잣대와 비교해 보자는 거다.) 과연 집가격을 1~2년만의 소득으로 매꿀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현대차는 부지를 사서 다시 영업이익을 창출하는데 어떤 식으로든 활용한다. 그렇다면 일반인은 어떨까? 집을 사면 주거 안정성이 확보되어 소득이 급격히 증가할까? (ㅎ... 그럼 정말 좋으련만...) 결국 현재 소득으로 감내하기 벅차다면 그건 벌어놓은, 쌓아둔 자본의 결과물로 집을 획득하거나 자본이득(집값이 올라서 큰 이문을 취하는)을 취하기 위한 목적이다. 글쎄다... 현대차가 50조쯤 되는 땅을 사면서 향후 땅값이 더 오를 것 같다거나, 돈을 너무 많이 벌어서 쓸데가 없어서 라고 말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싶은데? (쏘리 현대차. ps. 국내 차 좀 잘하자~)

흠, 그럼에도 소득으로 따져봐야 의미없는 건 앞서 말한 집을 소유하는데 따른 여러가지 큰 삶의 혜택이 절대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뭐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이야기들이다. 

좀 더 나가면 부채, 주택담보대출이 있다. 집을 사는데 가장 큰 혜택 중 하나는 싸게 빚을 빌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신용대출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말도 안되게 저렴한 금리로 엄청나게 큰 금액을 빌릴 수 있다. 자, 은행에서 신용대출 얼마나 빌릴 수 있을까? 5천만원? 당신은 괜찮은 직장에 다니고 있다. 1억? 오... 당신은 훌륭하다. 2억? 전문직 또는 전문직에 버금간다. 
하지만 집을 산다면 70%까지도 저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은 위험하고 안좋다고 말할 수도 있다. 아... 이 부분은 사람의 성향과 관계가 있어서 이야기가 길어진다. 분명한 건 자산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대출도 엄청나게 많다. 저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것은 큰 혜택이다. 개인적으로 대기업 직장인의 가장 큰 혜택이 저금리로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된다면 워렌버핏의 성공의 비결-저베타, 레버리지를 찾아볼 것)

잠깐 이야기가 옆길로 샌 것 같지만, 집을 살때 대출은 상당히 중요하다. 하지만 단지 빚까지 동원해 모든 자산을 집을 구매한다? 앞서 말한 현대차가 만약 돈까지 빌려 땅을 산다라고 하면? 하지만 집 사는데 빚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다만 빚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바란다. 어렵겠지만 모든 자산을 집에 몰빵하지 말고, 대출 갚는데 급급해 좋은 투자 기회를 놓치지 말길 바란다. 

잠깐 옆길로 샜지만, 다시 주택가격으로 돌아가서. 수요와 공급 이외에 중요한 요인이 규범이라고 본다. 예전에 팟케스트에서 연세대 황상민 교수님이 '우리나라 부모님 세대를 인터뷰 했는데, 그 분들의 삶의 목적이 결국 자식에게 집 하나 물려주는 것이라 너무나 놀라고 안타까웠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실제 주변을 둘러보면 부모님들의 삶 목적이 자식의 행복으로만 귀결된다는데 이견이 없다. 그리고 실제로 부동산 시장에서도 이러한 동향이 뚜렷이 나타난다고 본다. 결국 여유가 되면 자식 집을 사주려고 하거나, 자식에게 집 하나 물려주려고 주택연금 같은 것은 고려하지 않는 많은 분들이 보인다. 그 분들에게 집 가격에 대한 학습 효과도 상당하기 때문에 집은 오로지 사서 보유해야하는 대상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Norms는 강력한 수요층으로 존재한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Norms이 지배하는 한 주택가격의 지지기반은 확고하다고 본다.

끝으로 규제, 사실 규제는 수요/공급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소득, 부채, 그리고 규범까지도 지배한다. 따라서 규제가 어떤 속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수요/공급에만 국한되어 시장을 바라본다면 단기간의 주택시장 현황에만 국한된다고 본다. 규제는 결국 사람들에게 학습(learning)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시장은 변화한다. 


개인적으로 부동산시장을 진화경제학과 결합하면 재밌는 논문이 나올 것 같긴 한데.... 취중에 쓰다보니 역시 다소 횡설수설인데... 시간이 나면 수정하거나 후속글을...